ECONOMY

EBS 〈위대한 수업〉의 섭외력은 어디까지일까

재닛 옐런과 노벨상 수상자 5인, 50명의 강연진이 모인 시즌6

미국의 금리를 결정하던 사람이 강연자로 등장하고,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평일 밤 공영방송에서 방영됩니다.

지난 10월 12일 시작한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시즌6는 역대 최대 규모인 50명의 강연진을 예고하며, 이번에도 출연 명단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과 조지프 스티글리츠처럼 책과 기사에서 먼저 만났던 경제학자들이 이미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지만, 이번 시즌에는 경제를 연구하는 학자를 넘어 정책 결정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까지 합류했습니다.

경제를 설명하는 사람, 경제를 움직였던 사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재무부 장관을 모두 지낸 경제학자 재닛 옐런은 이번 시즌을 상징하는 강연자 중 한 명으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핵심 자리를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이력을 지녔습니다.

그의 강연이 궁금한 이유는 다음 금리나 환율을 맞힐 수 있어서가 아니라, 경제를 분석하는 일과 실제 정책을 선택하는 일 사이에 어떤 고민이 놓여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을 연구해 202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필리프 아기옹은 새로운 기술과 기업이 기존 질서를 대체하는 ‘창조적 파괴’를 중심으로 성장의 원리를 설명해 온 학자로, 기술 변화가 경제에 남기는 영향을 이해할 때 참고할 만한 인물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국가 부채와 금융위기, 환율 등을 연구해 왔으며, 이번 강연진에 그의 이름이 더해지면서 정책과 성장, 국제금융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구성이 갖춰졌습니다.

AI의 미래를 하나의 목소리로만 듣지 않기

AI 분야에는 오픈AI의 연구를 이끄는 마크 첸 최고연구책임자와 2010년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세드릭 빌라니가 참여해, 기술을 개발하는 현장과 수학을 연구하는 학계의 목소리를 함께 전합니다.

AI를 둘러싼 변화에 하나의 정답을 기대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어떤 질문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비교해본다면, 새로운 기술을 바라보는 자신의 기준도 조금씩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노벨상이라는 이름 뒤에 있는 발견들

과학 분야의 출연진은 수상 경력만큼이나 각자가 무엇을 밝혀냈는지 살펴볼 때 더 흥미로워집니다.

우리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연구로 202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천체물리학자 라인하르트 겐첼은 은하 중심을 도는 별들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하며, 직접 보기 어려운 거대한 천체의 존재를 관측으로 입증해 온 인물입니다.

극도로 짧은 빛의 펄스로 전자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방법을 개척한 물리학자 페렌츠 크라우스는 202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으며, 그의 연구는 원자와 분자 내부에서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변화를 탐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금속과 유기 분자를 연결해 내부에 수많은 공간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연구를 개척한 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야기의 성과는 기체 저장과 탄소 포집, 건조한 공기에서 물을 얻는 기술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장치를 연구해 새로운 암 치료법의 발전에 기여한 면역학자 혼조 다스쿠는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몸의 면역체계가 암과 싸우도록 돕는 접근의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아기옹을 포함한 다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한 시즌에 참여한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지만, 이들의 연구가 경제성장과 우주, 물질과 생명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습니다.

정치와 예술이 같은 시간표에 놓일 때

독일의 국정을 이끌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예술과 인생을 이야기할 프랑스의 배우 겸 영화감독 소피 마르소도 참여하며, 이번 시즌의 관심사는 경제와 과학을 넘어 정치와 문화예술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강연이 같은 프로그램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은 익숙한 관심사에서 출발해 낯선 주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며, 경제 강연을 기다리던 시청자가 예술가의 이야기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될 가능성도 열어둡니다.

한국의 연구와 산업 현장으로 넓어진 강단

나노과학을 연구하는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를 탐구하는 김영기 시카고대 석좌교수, 창의력 연구자인 김경희 윌리엄앤메리대 교수도 합류해 한국 학자들의 연구와 문제의식을 전합니다.

첫 강연은 SK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끄는 최태원 회장의 〈AI와 새로운 자본주의 그리고 청년〉으로,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사회문제 해결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과 AI 시대의 변화 등을 다룹니다.

학자의 연구와 경영자의 제안을 같은 기준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각자가 어떤 경험과 이해관계에서 출발하는지 구분하며 듣는다면 강연은 동의의 대상뿐 아니라 판단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수업의 진짜 가치는 접근성에 있다

〈위대한 수업〉은 2021년 첫 방송 이후 시즌5까지 152명의 강연자가 참여한 805편의 강연을 선보였으며, 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K-MOOC 사업과 방송 콘텐츠를 연결해 지식을 무료로 제공해 왔습니다.

시즌6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밤 11시 45분 EBS 1TV에서 방송되고, EBS와 K-MOOC 홈페이지에서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유명한 강연자를 얼마나 많이 모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특별한 자격이나 비싼 수강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더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모든 강연에 동의하거나 모든 이론을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평소 뉴스에서 결과로만 접했던 정책과 어렵게 느껴졌던 연구를 당사자의 설명으로 듣고 자신의 질문을 하나 더 갖게 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세상을 움직인 사람들의 생각을 누구나 들을 수 있다는 것, 〈위대한 수업〉이 보여주는 수신료의 가치는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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