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칸예 웨스트, 2027 그래미 도전…‘BULLY’와 네 곡의 선택

다섯 작품으로 향하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이미 그래미 어워즈에서 24차례 수상한 아티스트지만, 2027년 시상식을 앞두고 공개한 출품 목록에는 여전히 자신의 음악을 다양한 장르와 영역에서 평가받으려는 시도가 담겨 있습니다.

지난 10월 13일 칸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정규 12집 ‘BULLY’의 디럭스 버전과 수록곡 네 곡을 총 11개 부문에 출품했다고 알렸으며, 이번 목록에는 그래미의 주요 종합 부문부터 랩과 팝, 앨범 아트워크와 녹음 기술까지 폭넓은 분야가 포함됐습니다.

단순히 수상의 가능성을 떠나 이번 출품 목록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닌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그리고 칸예가 오랜 시간 자신의 작품에 활용해 온 사운드가 하나의 앨범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는가에 있습니다.

BULLY (DELUXE) — 하나의 앨범, 네 가지 평가

2026년 3월 발매된 ‘BULLY’는 소울 샘플과 가스펠, 전자적인 비트, 오토튠 등 칸예의 음악적 경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요소들이 뒤섞인 앨범으로, 같은 해 6월 19일 공개된 디럭스 버전에서는 추가 트랙과 새로운 협업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유의 샘플링과 멜로디를 앞세운 프로덕션은 과거 칸예의 음악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를 두고 음악 매체들의 평가는 엇갈렸으며 일부 평론가들은 새로운 시도보다 익숙한 사운드의 반복에 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디럭스 버전은 ‘올해의 앨범’, ‘베스트 랩 앨범’, ‘베스트 앨범 커버’, ‘베스트 엔지니어드 앨범(비클래식)’ 등 네 개 부문에 출품됐는데, 이는 앨범의 음악적 완성도뿐 아니라 시각적 표현과 사운드 엔지니어링까지 평가 대상에 올렸다는 의미입니다.

앨범과 이름이 같은 수록곡 ‘BULLY’에서는 시로 그린(CeeLo Green)의 보컬과 칸예의 프로덕션이 만나는 순간을 들을 수 있으며, 이 곡은 앨범을 감상하기 위한 대표 트랙으로 소개할 만합니다.

FATHER — 칸예와 트래비스 스콧이 만나는 지점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 참여한 ‘FATHER’는 가스펠의 분위기와 무게감 있는 비트가 결합된 곡으로, 칸예와 오랜 협업 관계를 이어온 두 아티스트의 음악적 접점을 보여줍니다.

종교적인 분위기를 지닌 사운드 위로 전개되는 랩과 강렬한 프로덕션은 ‘BULLY’의 여러 트랙 가운데서도 두드러지는 특징이며, 뮤직비디오 역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는 초현실적인 교회 공간을 배경으로 제작됐습니다.

칸예는 이 곡을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베스트 랩 송’, ‘베스트 뮤직비디오’ 등 네 개 부문에 출품하며 이번 그래미에서 가장 많은 부문에 도전하는 개별 곡으로 내세웠습니다.

I CAN’T WAIT — 로린 힐의 목소리가 더해진 소울

‘I CAN’T WAIT’에서 주목할 아티스트는 푸지스(The Fugees)의 멤버이자 1998년 솔로 앨범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로 힙합과 R&B의 경계를 넓힌 로린 힐(Ms. Lauryn Hill)입니다.

칸예가 오랫동안 자신의 음악에서 활용해 온 소울 음악의 감성이 로린 힐의 목소리와 만나면서 곡의 멜로디가 더욱 선명해졌으며, 디럭스 버전에서는 기존 수록곡과 다른 협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그래미에서는 ‘베스트 멜로딕 랩 퍼포먼스’ 부문에 출품됐으며, 랩과 노래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칸예의 음악적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ALL THE LOVE — 토크박스로 이어지는 펑크의 유산

‘ALL THE LOVE’에 참여한 안드레 트라우트먼(André Troutman)은 전설적인 펑크 그룹 Zapp의 로저 트라우트먼(Roger Troutman)과 가족 관계로 이어진 음악가로, 악기의 소리를 사람의 입 모양으로 변형하는 토크박스 연주를 자신의 음악적 특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레트로한 신시사이저와 토크박스의 전자적인 보컬 사운드가 어우러진 이 곡에서는 1980년대 펑크 음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칸예는 랩에 국한되지 않는 멜로디 중심의 프로덕션을 선보입니다.

‘ALL THE LOVE’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출품돼 이번 목록에서 칸예의 음악이 랩 장르 바깥에서도 평가받게 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KING — 협업 없이 드러나는 칸예의 존재감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KING’은 다른 아티스트의 피처링 없이 칸예 자신의 랩을 전면에 배치한 곡으로, 전자적인 사운드와 강렬한 리듬이 맞물리며 앨범의 시작을 알립니다.

앞서 소개한 세 곡이 협업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색채를 통해 ‘BULLY’의 영역을 넓혔다면, ‘KING’에서는 그 중심에 있는 칸예 자신의 목소리와 랩 퍼포먼스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은 ‘베스트 랩 퍼포먼스’ 부문에 출품됐으며, 이번 그래미에서 그의 개인적인 랩 역량을 평가받는 작품에 해당합니다.

24개의 그래미, 그리고 다음 결과

칸예 웨스트는 2022년 ‘Jail’과 ‘Hurricane’으로 각각 ‘베스트 랩 송’과 ‘베스트 멜로딕 랩 퍼포먼스’를 수상한 이후 새로운 그래미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2025년에는 ‘Carnival’이 ‘베스트 랩 송’ 후보에 올랐지만 켄드릭 라마의 ‘Not Like Us’가 수상했으며, 이번에는 앨범 전체와 네 곡을 다양한 부문에 출품하며 다시 한번 그래미 무대에 이름을 올리고자 합니다.

물론 이번에 공개된 목록은 정식 후보가 아닌 출품 내역으로,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의 후보 발표는 2026년 11월 16일, 시상식은 2027년 2월 7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BULLY’에 대한 음악적 평가는 여전히 나뉘지만, 이번 출품 목록은 칸예가 자신의 음악을 랩이라는 하나의 장르에만 한정하지 않고 여러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미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쥔 아티스트가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그 답은 이제 그래미 투표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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