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7만원, SK하이닉스 20만원.
최근 SBS Biz 경제 프로그램 〈머니쇼〉에 출연한 이주완 박사가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의 적정주가로 각각 7만원과 20만원을 제시하며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부족 현상이 기업들의 의도적인 감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며, 이러한 공급 조절이 높은 반도체 가격과 기업 실적,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는데요.
특히 자신의 과거 시장 전망을 언급하며 지난 10년 동안 예측이 틀린 적이 없다고 발언한 점은 이번 논쟁에 더욱 불을 붙였습니다.
10월 8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는 26만 2,000원, SK하이닉스는 168만 1,000원으로, 이 박사가 제시한 적정주가는 당시 시장가격보다 각각 73.3%, 88.1% 낮은 수준입니다.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심각한 거품이라는 그의 판단이 맞는다면 향후 시장에 상당한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가 전망을 넘어 메모리 공급과 수요, 기업 실적과 과거 분석 기록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주완 박사는 누구인가

이주완 박사는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소개된 산업 분석 전문가로, 하이닉스에서 약 8년간 D램 핵심 공정을 연구한 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포스코경영연구원 등을 거쳐 반도체와 산업 동향을 분석해 왔습니다.
과거 언론 인터뷰와 산업 전망 자료에서는 메모리 가격 사이클, 공급과잉 위험,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와 중국 산업의 성장 등을 지속적으로 다뤄왔으며, 이러한 산업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력의 전문성과 예측의 정확성은 구분해야 할 문제로, 과거 전망이 얼마나 적중했는지는 발언 당시의 시장 상황과 예측 대상, 제시한 조건을 실제 결과와 비교해 판단해야 합니다.
그가 바라본 반도체 호황의 실체

이번 방송에서 이 박사가 제시한 핵심 주장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의 부족 현상이 수요 증가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 기업들의 의도적인 생산 조절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마이크론이 이미 실적 정점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비롯해 D램과 낸드 수출물량 감소, 국내 기업의 시장점유율 하락, 높은 영업이익률에 반영된 환율 효과 등을 근거로 현재의 반도체 호황에 거품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가 지속 가능한 수익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과거 여러 차례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위험을 검토할 필요는 있지만, 공급 부족이 곧바로 인위적인 조절의 결과라거나 현재의 높은 수익성이 모두 거품이라고 판단하려면 별도의 근거가 필요합니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정점을 지났을까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 9월 30일 발표한 2026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 매출 542억 2,900만 달러와 조정 주당순이익 33.4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으로,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인 2027회계연도 1분기에도 매출 600억~630억 달러와 조정 주당순이익 37.15~39.15달러를 제시하며 추가적인 성장을 예상했습니다.
다만 조정 매출총이익률 전망은 86.25%로 직전 분기의 87.0%보다 0.75%포인트 낮아졌는데, 마이크론은 재고에 반영된 성과급 관련 비용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매출총이익률이 소폭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매출과 주당순이익의 추가 증가를 제시한 상황에서 이를 회사 스스로 실적 전반의 정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출금액은 늘었지만 물량은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가격 상승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실제 무역 통계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에 따르면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의 수출금액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4.7%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수출물량지수도 30.5% 증가했습니다.
수출금액 증가율이 물량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이 수출 실적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해석은 타당하지만, 물량 자체도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만큼 해당 통계에서는 단순히 가격만 상승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자료는 8월 한 달 동안의 광범위한 산업 분류를 대상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방송에서 언급된 1~8월 누적 D램·낸드의 개별 수출량 변화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우며, 해당 주장의 정확성을 평가하려면 제품별 수출물량 자료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 변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 38%로 1위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 25%, 마이크론 24%, 중국 CXMT 10%가 뒤를 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5년 2분기 33%에서 2026년 1분기 38%까지 상승한 뒤 2분기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한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 39%에서 올해 2분기 25%로 하락하며 두 기업의 흐름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주장은 해당 자료와 일치하지 않지만, SK하이닉스의 점유율 하락과 중국 CXMT의 성장이 확인된 만큼 경쟁 구도의 변화 자체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 통계는 판매물량이 아닌 매출액 기준이라는 점에서 제품 가격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범용 D램과 HBM 시장의 경쟁력을 구분하는 분석도 필요합니다.
실제 생산량은 증가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을 억제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공시한 생산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2026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메모리 생산량은 1Gb 환산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9.3% 증가했으며, 2분기에는 D램과 낸드 모두 비트 판매량이 분기 기준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공개 자료에서 생산량 증가가 확인된다는 점은 기업의 전체 메모리 공급이 일률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차이가 있지만, 일부 제품의 생산 비중 조정이나 공급 전략의 변화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상황은 제품별 생산량과 설비투자, 공정 전환과 재고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전체 생산량 증가와 특정 제품의 공급 부족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환율 효과가 영업이익을 좌우할까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서 환율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실적에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액은 약 32.3조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환율 변화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은 약 3.1조원으로 증가액의 약 9.6%에 해당했습니다.
해당 수치는 특정 분기의 영업이익 증가분에서 환율 효과가 차지한 비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 중 환율이 기여한 비율이나 향후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 규모를 직접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해외 매출의 원화 환산액과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이 자료만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 어디까지 왔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과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은 이번 전망에서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입니다.
ITC Trade Map과 UN Comtrade의 집적회로 및 관련 부분품(HS8542) 수출 통계를 비교하면 중국의 수출액은 2019년 이후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D램 시장에서도 CXMT의 점유율이 2025년 2분기 4%에서 2026년 2분기 10%로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국가별 집적회로 수출액은 해당 국가에 생산시설을 둔 외국 기업의 수출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거점에서 발생한 수출 역시 중국의 수출 실적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집적회로 수출액이 한국보다 많다는 사실과 중국 토종 반도체 기업의 기술적 우위를 동일하게 해석할 수는 없으며, 특히 첨단 메모리에서는 공정 기술과 양산 수율,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까지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과거 10년의 전망과 실제 주가 흐름

이번 전망과 함께 주목받은 또 다른 발언은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예측이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2012년부터 공개된 반도체 관련 발언 가운데 확인 가능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당시 삼성전자 종가와 발언 이후 3개월·6개월·9개월·1년의 주가 흐름을 비교했습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이 박사는 2014년 반도체 호황 이후의 성장 둔화를 경고했고, 2018년에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 가능성을 지적했으며, 이후에도 메모리 가격 하락과 설비투자 증가에 따른 위험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반면 2016년 말에는 심각한 공급과잉이 재발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고, 2020년에는 반도체 업황 회복을, 2021년에는 향후 약 1년 동안 상승기가 이어질 가능성을 예상하는 등 상승과 회복 전망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기록은 그가 오랫동안 반도체 산업의 위험을 경고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모든 시기에 일관되게 하락만 주장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해 줍니다.
최근에는 기존 전망을 수정한 기록도 있다

특히 2025년 9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박사는 자신이 예상했던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의 반도체 하락 사이클이 국내 메모리 기업의 감산과 보수적인 설비투자로 인해 사실상 소멸되는 단계라고 설명하며 기존 전망의 전제가 달라졌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당시에는 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해서도 실적 개선 여부를 중요하게 평가하면서 SK하이닉스는 실적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두 기업의 주가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2025년 12월과 2026년 초에는 상반기 추가 상승 가능성과 하반기 조정 위험을 함께 언급했으며, 2026년 5월 이후에는 메모리 가격의 정점과 공급과잉 가능성을 다시 경고하는 등 시장 상황과 시점에 따라 전망의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전망의 수정이 곧 이전 예측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산업 전망과 기업 실적 전망, 주가 전망은 평가 대상과 적중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다릅니다.
따라서 과거 발언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했거나 하락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예측의 정확성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확보된 기록만으로 지난 10년간 모든 전망이 적중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도 어렵습니다.
삼성전자 7만원, SK하이닉스 20만원은 현실이 될까
이번 전망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제시된 적정주가의 파격적인 수준만이 아니라,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과거와 같은 가격 하락 사이클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장기적인 공급 확대와 수요 둔화로 이어진다면 기업들의 이익률과 주가에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AI 데이터센터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공급 증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높은 수익성이 예상보다 오래 유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공개된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과 한국은행 수출 통계, D램 시장점유율 및 삼성전자의 생산량은 적어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공급·실적이 모든 영역에서 악화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수치만으로 현재 주가에 거품이 전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습니다.
결국 삼성전자 7만원과 SK하이닉스 20만원이라는 전망의 타당성을 평가할 핵심은 앞으로의 메모리 가격과 생산량, AI 수요, 기업 실적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에 달려 있으며, 이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래의 문제입니다.
예측에 대한 자신감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그 근거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유지되는지입니다.












